중국과 러시아가 2021년부터 활동하는 3년 임기의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13일(현지시간) 선출됐다. 국제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인권탄압국이 인권이사국이 됐다며 유엔의 선출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사국 도전에 실패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신임 이사국을 선출했다. 이날 선거에선 193개 회원국이 참여해 47개국 중 공석이었던 15개 이사국을 새로 뽑았다. 이사국은 지역별로 뽑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4개국 자리를 두고 5개국이 지원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떨어지고 파키스탄(169표), 우즈베키스탄(164표), 네팔(150표), 중국(139표)이 선출됐다. 사우디는 겨우 90표를 얻는데 그쳤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유엔인권이사국으로 선출되는 것을 반대하다고 밝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트위터
유엔워치와 휴먼라이츠워치, 라울발렌버그센터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투표 전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 등이 이사국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30쪽 분량 의견서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중국은 위구르자치구에 있는 무슬림을 탄압하고, 중국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면 테러로 규정해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을 제정해 홍콩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내전에 개입해 사태를 악화시켰고, 특히 반정부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공격한 배후에 러시아 정권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유엔워치는 “중국, 러시아, 사우디 등이 인권이사국으로 뽑히는 것은 방화범이 소방대에 들어가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파키스탄, 쿠바, 우즈베키스탄 등도 모두 심각한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반대했지만, 사우디를 제외한 5개국은 모두 인권이사국이 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 이사국은 모두 공석과 후보국 수가 같았다. 동유럽 지역에 지원한 러시아·우크라이나와 남미·카리브해에 지원한 쿠바·볼리비아, 서유럽의 영국과 프랑스,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말라위·가봉·세네갈은 모두 경쟁 없이 이사국이 됐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루이스 샤보누 국장은 “투표인데 ‘경쟁’이 없다는 건 선거제도 자체를 조롱하는 것”이라며 “후보국 중에 뽑을만한 나라가 없으면 각국은 투표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밀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가들끼리 투표전에 ‘모종의 거래’가 오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펜하겐대학의 케빈 헬러 교수는 아랍언론 알자지라에 ”인권과 관련해 끔찍한 기록을 가진 나라들이 유엔인권이사국에 선출된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것이 더러운 유엔 관료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떨어진 사우디는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사우디 왕실은 반체제 인사와 여성활동가들을 구금하며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에서 사우디 비평을 담당했던 언론인 자말 카끄슈지가 2018년 터키의 사우디영사관에서 살해당한 후, 사우디 왕실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길은 더 차가워졌다. 카끄슈지가 세운 아랍민주주의 인권단체(DAWN·Democracy for the Arab World Now)는 “이번 선거 결과는 사우디의 국제적 이미지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여준다”며 “사우디 왕실은 그들이 벌인 괴이한 짓을 감추려 홍보비용을 쏟아부었지만, 국제사회가 그것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해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 쿠바가 유엔인권이사국으로 선출된 것은 미국이 이사회를 떠난 이유를 분명하게 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 미국의 탈퇴배경에는 이사회가 ‘반 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세계 각국의 인권상황을 살피고 국제적 인권기준을 수립하려는 목적으로 2006년 설립됐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 함께 인권이사국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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